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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디아' 앱, 전쟁 속 디지털 정부 서비스 혁신
    맛난고의 경제 2025. 6. 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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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24일, 키이우(Kyiv)의 한 골목을 돌아서던 올렉산드르 보르냐코프(Oleksandr Bornyakov)는 총격전을 마주했습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첫날, 러시아 사보타주 요원들이 우크라이나 보안군과 도심 한복판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총성이 울리고, 차가 타고, 장갑차도 불타고… 마침내 지나갔을 때 수많은 시신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는 정부 장관 신분으로 더 안전한 서부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업무를 계속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 부차관을 맡아 ‘디아(Diia)’라는 앱으로 정부 서비스를 옮기는 일을 관리해 왔기 때문입니다.

     

     

     


    ‘디아’ 앱은 운전면허증, 혼인관계증명서, 부동산 등기부 등 다양한 증명서를 모바일로 발급받고 관리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2019년에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19 증명서(Covid-19 certificates)를 추가하면서 사용자 수가 200만~300만 명가량 더 늘었습니다.

    전쟁 중에도 ‘디아’는 계속 발전했습니다. 현재 운송세 납부, 차량 등록, 혼인 신고 등 40가지의 정부 서비스를 앱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기능도 있는데, ‘디아’ 앱으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국내 예선의 국가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대표를 뽑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앱에는 30종의 전자문서가 탑재되어 있어, 보르냐코프 부차관은 자신의 총기 소지 허가증과 자동차 보험 증권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PC 브라우저로 접속하는 ‘디아 포털’도 운영 중인데, 여기에는 개인과 기업을 위한 130가지의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총 사용자 수는 2,270만 명에 이릅니다. 보르냐코프 부차관은 이 수치와 접근 방식을 근거로 우크라이나가 디지털 정부 서비스 분야에서 에스토니아(Estonia)를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보다 잘하는 곳은 본 적이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를 제외하면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코로나19와 전쟁이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서도 디지털화를 앞당길 수 있었을까요? 보르냐코프 부차관은 20년 전부터 쌓인 풍부한 IT 인프라와 인력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20년간 우크라이나는 IT 아웃소싱의 주요 목적지로 자리 잡았고, 약 30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글로벌 기업의 복잡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들은 높은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음에도 인건비는 다른 곳보다 저렴했습니다. 덕분에 ‘디아’ 개발에는 5백만1천만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이를 한국 화폐로 환산하면 (약 65억 원130억 원) 수준입니다.

    런던 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디지털 정부학과 부교수 다비드 이브스(David Eaves)는 우크라이나 성공의 핵심으로 ‘데이터 교환 플랫폼’ 구축을 꼽습니다. 에스토니아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해 정부 부처와 기관 간 데이터 흐름을 원활히 한 뒤 그 위에 ‘디아’ 앱을 올린 것입니다. “데이터 이동이 자유로우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시민에게 같은 정보를 여러 번 요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컨대 복지급여를 신청할 때 주소, 출생지, 혼인여부를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시민의 동의를 받아 필요한 데이터를 바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행정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정부가 동일한 정보를 재수집·저장·처리할 시스템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사라집니다.

    이 같은 유연성 덕분에 전쟁 관련 서비스도 신속하게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보르냐코프 부차관은 “전쟁과 관련된 여러 서비스 15가지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재산 피해 보상 신청이나 러시아군 위치 신고 기능 등을 앱으로 제공했습니다.

    이브스 교수는 전쟁이 디지털화 속도를 높였다고 말합니다. “전시 상황에서는 서비스 제공의 긴급성이 관료주의의 관례보다 우선합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정부 서비스 디지털화 선도 국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는 인프라, 서비스 범위,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덴마크(Denmark)를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꼽습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는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자 경험을 더욱 매끄럽게 만들 계획입니다. 보르냐코프 부차관은 “AI가 사용자를 단계별로 안내하는 방식을 도입해 정부 서비스 방식을 재정의하고 싶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브스 교수도 AI 도입에 기대를 표했습니다. 다만 “AI는 페라리와 같다”며 “멋진 기능을 구현하려면 안정적인 데이터라는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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