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매력의 라부부 인형, 셀럽부터 일반인까지 사로잡다

 

라부부(Labubu) 인형은 귀엽다기보다는 기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리한나(Rihanna), 두아 리파(Dua Lipa),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블랙핑크 리사(Lisa) 같은 셀러브리티들뿐 아니라, 상하이에서 런던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의 긴 줄 대기는 때로는 몸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형을 손에 넣으면 성취감이 대단합니다,”라고 한 컬렉터가 말했습니다.

지난 1년간 라부부의 인기를 반영하듯 Pop Mart의 순이익은 거의 세 배로 뛰었고, 일부에서는 이를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서방과의 긴장으로 위축된 상황을 타개한 사례로 보기도 합니다.

 

 

 

(라부부란 무엇인가)

라부부는 허구의 캐릭터이자 브랜드 이름으로,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룽(Kasing Lung)이 만든 ‘몬스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입니다. 비닐 소재 얼굴에 털로 된 몸체, 뾰족한 귀와 커다란 눈, 9개의 이빨을 드러낸 장난기 어린 미소가 특징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음은 착하지만 자주 실수로 일을 그르친다”고 합니다.

라부부를 포함해 ‘빅 인투 에너지(Big into Energy)’, ‘해브 어 시트(Have a Seat)’, ‘익사이팅 마카롱(Exciting Macaron)’, ‘폴 인 와일드(Fall in Wild)’ 같은 여러 시리즈가 있습니다. 부속 캐릭터로는 부족장 짐모모(Zimomo), 짐모모의 남자친구 티코코(Tycoco), 친구 모코코(Mokoko) 등이 있어, 이들 역시 인형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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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판매하나)

Pop Mart는 2019년부터 라부부 판권을 확보한 뒤 ‘블라인드 박스’ 판매를 확대했습니다. 창업자 왕닝이 2009년 베이징에 문을 연 ‘천원샵’ 형태의 매장에서 시작해, 2016년 홍콩 아티스트 케니 웡(Kenny Wong)의 몰리(Molly) 시리즈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라부부가 터트린 히트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2020년 12월 홍콩증시에 상장했으며, 상장 이후 주가는 지난 1년간 500% 이상 급등했습니다.

현재 Pop Mart는 전 세계 30개국에 2천 대 이상의 ‘로보샵(roboshop)’ 자동판매기를 운영 중이며,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몰에서도 라부부를 살 수 있습니다. 2024년 전체 매출의 약 40%가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기록적인 수요로 일부 국가에서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세관이 최근 며칠간 압수한 가짜 라부부만 7만 개가 넘습니다.

 

 

 

(어떻게 전 세계로 퍼졌나)

라부부의 인기는 2022년 말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초잔(ChoZan) 창립자 애슐리 두다레녹(Ashley Dudarenok)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탈출구를 찾았고, 라부부는 그런 혼란과 반(反)완벽주의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2023년 필리핀 교민 친구들 사이에서 캐나다에 사는 한 팬이 구매하기 시작했고,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습니다. 원래 가격은 25캐나다달러 (약2만5천원)에서 70캐나다달러 (약7만 원)였는데, 가방 액세서리를 하나 사는 정도의 부담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024년 4월, 태국 출신 K팝 스타 블랙핑크 리사(Lisa)가 인스타그램에 라부부 사진을 올리며 폭발적인 관심이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이어 2월에는 리한나(Rihanna)가 루이비통 가방에 라부부 키링을 장착한 사진을, 4월에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10개의 라부부를 공개했고, 5월에는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도 딸이 선물한 라부부를 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왜 열광하나?)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기와 취향, 인터넷의 무작위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라부부가 “중국 창작의 매력과 품질, 문화를 모두 담았다”며 “전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고 평가했습니다. 게임 ‘블랙 미스: 우공(Black Myth: Wukong)’, 애니메이션 ‘네자(Nezha)’ 등 다른 중국 IP의 글로벌 진출 사례와 함께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Pop Mart 매장이나 자동판매기 앞에서 바닥에 인형을 던지듯 흔들며 “초이스 요령”을 익히는 광경은 전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수집가 데스몬드 탄(Desmond Tan)은 “블라인드 박스에서 ‘체이서(chaser)’ 특별판을 꺼내는 건 10개 중 1개 확률 정도로, 일반적인 100분의 1보다 훨씬 높은 당첨률”이라며 “몇 번만 시도해도 뽑히면 굉장히 짜릿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확률형 아이템’의 재미와 성취감이 결합해 라부부 광풍을 일으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