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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심각한 스모그로 히말라야 조망 어려워져 관광업 타격
    맛난고의 시사 2025. 5.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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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의 수도에서 자라며 히말라야를 바라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떠난 이후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들을 한눈에 조망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매번 카트만두를 방문할 때마다 극적인 산악 풍경을 보기를 기대하지만, 요즘은 운이 따르지 않습니다. 그 주요 원인은 이 지역 상공에 드리워진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모그입니다.

     

     

     


    과거에는 맑은 하늘이 드문드문 이어지던 봄과 가을에도, 이제는 예외 없이 뿌연 하늘만 보입니다. 작년 4월, 제가 탑승한 국제선 항공기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카트만두에 착륙하기 전 약 20바퀴를 선회해야 했습니다.

    숙소는 맑은 날이면 산이 보이는 적절한 고도에 있었지만, 두 주간 머무는 내내 그런 날은 없었습니다. 카트만두 외곽의 주요 조망지인 나가르콧에서도, 마치 산이 존재하지 않는 듯 온통 스모그만 가득했습니다.

     

     

     


    “예전처럼 ‘일출, 일몰, 히말라야’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스모그 때문에 그 풍경을 거의 볼 수 없어서 역사와 문화를 강조한 관광 상품으로 재구성했습니다”라고 1996년부터 나가르콧 호텔을 운영해 온 요겐드라 샤캬(Yogendra Shakya)는 말했습니다.

    1년 전 다른 여행 때도, 안나푸르나 지역 트레킹에서 히말라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의 뿌연 기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져 가시거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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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그는 먼지·화재 연기 등의 오염물질이 결합해 형성되며, 가시거리를 5,000m(약 5km) 이하로 낮춥니다. 건기에는 뿌연 공기가 공중에 머물러 있는데, 이 건기가 기후변화로 더욱 길어지고 있습니다.

    6월부터 9월은 몬순 우기로, 구름이 산을 가려 스모그 대신 비가 시야를 가립니다. 전통적으로 35월과 1011월이 맑은 하늘이 지속되어 관광 성수기였지만,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 대기오염 악화로 봄철에도 짙은 스모그가 이어지며 그 기간이 12월까지 당겨졌습니다.

     

     

     


    ‘전망이 안 보이면 장사도 안 된다’

     

    네팔 최초 여성 트레킹 가이드로 꼽히는 럭키 체트리(Lucky Chhetri)는 스모그로 인해 매출이 40%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 한 경우에는 스모그 때문에 히말라야를 보여주지 못해 트레커들에게 보상해 준 적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1986년 이후 10여 차례 네팔을 찾은 호주 관광객 존 캐롤(John Carrol)은 “10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스모그가 너무 짙어 실망이 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부 간다키 지역 트레킹 에이전트 협회 회장 크리슈나 아차리아(Krishna Acharya)는 “히말라야를 볼 수 없으면 여행객들이 만족하지 못해 업계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도 많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도 쪽 중앙 히말라야 인근에서도 스모그가 더 짙어지고 회복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비가 자주 왔는데, 이제는 긴 건기 뒤에 한 번의 폭우만 내립니다. 비가 드물어 스모그가 오래 지속됩니다”라고 우타라칸드 주 커뮤니티 관광 사업을 이끄는 말리카 비르디(Malika Virdi)는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은 포기하지 않고, 히말라야를 보지 못한 이들이 다시 시도하기 위해 재방문한다고 전했습니다.

    파키스탄 서부 히말라야는 도시에서 멀어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았지만, 페샤와르나 길깃 같은 지역에서도 과거에는 보이던 산이 이제는 뿌연 장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모그가 오래 머물러 예전처럼 산을 볼 수 없습니다”라고 파키스탄 환경보호청 전 청장 아시프 쉬자(Asif Shuja)는 전했습니다.

     

     

     


    스모그와 모래폭풍 증가

     

    남아시아 도시들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대기오염 도시 명단에 자주 오릅니다. 차량·공장 배기가스, 건설 현장 먼지, 비포장 도로의 자갈먼지, 쓰레기 개방 소각 등이 연중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입니다.

    여기에 건기가 길어져 잦아진 대형 산불과 인도·파키스탄·네팔 북부 농민들의 수확 후 남은 농작물 잔재 소각이 더해집니다. 대기가 따뜻한 층이 차가운 층 위에 얹히는 상태가 이어지면 오염물질이 분산되지 못하고 머무르게 됩니다.

    “남아시아에서는 스모그와 모래폭풍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이 추세는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라고 남아시아 기상협회(South Asia Meteorological Association)의 소메슈와르 다스(Dr Someshwor Das)는 말했습니다.

    2024년 포카라 공항에서 기록된 뿌연 날은 168일로, 2020년의 23일, 2021년의 84일에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인구가 밀집하고 오염이 심한 지역에 위치한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맥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화려한 히말라야 조망은 이제 사진이나 그림, 엽서 속에서만 만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지불한 돈을 받고도 산을 보여주지 못하면 업자로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스모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럭키 체트리는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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