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인도 콜하푸리 샌들 디자인 논란 후 문화적 전유 인정 및 협의 중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새 신발 라인이 인도 전통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해당 디자인이 인도에서 논란을 일으킨 지 며칠 만에 이뤄졌습니다.
지난주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이 샌들은 발가락이 드러나는 꼬임 형태의 가죽 패턴이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와 카르나타카(Karnataka) 주의 전통 공예품인 콜하푸리 샌들(Kolhapuri sandals)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프라다는 이 샌들을 ‘가죽 신발(leather footwear)’로만 소개했고, 인도 전통에서 기원했음을 언급하지 않아 문화적 전유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프라다는 “이 샌들이 전통 인도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임을 잘 알고 있다”며 “항상 장인 정신(craftsmanship), 전통과 디자인 유산(heritage and design traditions)을 존중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Maharashtra Chamber of Commerce, Industry & Agriculture)와 이 문제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주 해당 상공회의소의 수장이 프라다에 서한을 보내 “수세대에 걸쳐 전통을 지켜온 장인들에게 충분한 크레딧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프라다의 기업 사회 책임 담당 이사 로렌조 베르텔리(Lorenzo Bertelli)는 로이터통신에 “아직 디자인 초기 단계”라며 “현지 인도 장인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한 대화를 열고, 후속 회의를 조직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콜하푸리 샌들은 이름 그대로 마하라슈트라 주 콜하푸르(Kolhapur)에서 유래했으며,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을 자랑합니다. 보통 가죽으로 제작하고 천연 염색을 거쳐 인도의 무더위에 잘 견디도록 튼튼하게 만듭니다. 2019년에는 인도 정부로부터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 지위를 부여받아 원산지의 진정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리적 표시는 특정 지역에서 기원한 상품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표시로, 품질이나 명성의 근거가 된다고 합니다.
논란이 불거진 후 콜하푸르의 많은 장인들은 “이 신발은 콜하푸르 가죽 장인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콜하푸르라는 이름을 붙여야지, 다른 이의 노동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인터뷰에서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인도 현지에서는 이 샌들의 원가는 수백 루피에 불과하지만, 프라다는 고가 정책을 적용해 판매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샌들이 £600~£1,000(약 108만~180만 원)에 판매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가 하쉬 고엔카(Harsh Goenka)는 “같은 수작업 제품인데 현지 장인들은 거의 벌이도 못 챙기고, 글로벌 브랜드만 우리 문화를 통해 이익을 챙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인도 전통 제품을 출처 밝히지 않고 가져간 글로벌 브랜드가 처음이 아닙니다. 2025년 칸 영화제에서 구찌(Gucci)는 배우 알리아 바트(Alia Bhatt)가 입은 사리를 ‘드레스(gown)’라고 소개해 논란이 일었고, 지난 5월에는 틱톡(TikTok)에서 전통 숄 ‘두파타(dupatta)’를 ‘스칸디나비아 숄’이라고 잘못 소개하는 트렌드가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콜하푸르에서는 “누군가 우리 장인들의 작품을 알아봐 준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현지 사업가 딜립 모레(Dileep More)는 로이터통신에 “장인들이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