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 사랑과 돈을 ‘날카롭게’ 탐구하는 매혹적인 로맨틱 드라마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의 신작 “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는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 페드로 파스칼(Pedro Pascal)이 펼치는 별들의 사랑 삼각관계를 그린 정교한 작품입니다. 과거 작품 “과거의 삶(Past Lives)”으로 오스카 작품상(Best Picture)과 각본상(Original Screenplay)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송 감독은, 트레일러만 본다면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였던 이 영화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트레일러와 줄거리 소개만 보면, 매치메이커로 일하는 루시(존슨 분)가 전 남자친구 존(에반스 분)과 부유한 신흥 매력남 헨리(파스칼 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머티리얼리스트”는 사실 흔한 로코가 아니라, 사랑과 돈, 그리고 이 둘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꿰뚫어보는 정직한 시선의 영화입니다. 결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뒤집지는 않지만, 슬쩍 비껴가며 한층 더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선보합니다.
송 감독의 데뷔작 “과거의 삶”이 한국에서의 첫사랑과 뉴욕에서의 결혼한 삶을 잇는 섬세한 이야기였다면, “머티리얼리스트” 역시 캐릭터 중심의 대사와 반짝이는 대화로 풍성하게 채워졌습니다. 대형 성공 뒤에 얻는 기회를 살린 이 작품은 루시의 매치메이커 직업을 통해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실제로 송 감독 역시 매치메이커로 잠시 일했던 경험이 있으며, 루시는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를 척척 맞추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루시는 결혼식 당일, 원하는 삶을 찾지 못한 신부를 설득해 결혼을 진행하게 만들고, 신랑 형 헨리와는 그 자리에서, 전 남친 존과는 웨이터로 일하는 결혼식장에서 재회합니다. 두 사람의 이별 사유는 바로 돈이었습니다. 서로의 다섯 번째 기념일에 푸드카트에서 끼니를 해결했던 장면이 그 증거입니다. “다섯 번째 기념일에 겨우 푸드카트 음식이라니”라며, 뉴욕의 분주한 거리 위에서 헤어진 장면은 송 감독 특유의 질감 있는 배경 묘사로 더욱 살아났습니다.
루시의 비협상 조건은 ‘부유한 남편’입니다. “결혼은 비즈니스 계약이며, 언제나 그랬다”는 그녀의 말은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존슨의 매끄러운 연기는 루시가 자신이 원하는 삶에 솔직함을 드러내게 합니다. 돈이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거나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영화의 명확한 시선을 반영합니다.
파스칼이 연기한 헨리는 매력적이면서도 그 이면에 연약함을 지닌 인물입니다. 헨리와 루시 사이 화학 반응은 거의 없지만, 돈과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공통분모로 작용해 설득력을 얻습니다. “한 번의 $400 헤어컷(약 52만 원)을 받으면 Supercuts로 돌아갈 수 없다”는 대사는, 루시가 존에게 돌아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송 감독은 루시의 선택을 단순히 명확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헨리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이상형이지만, 그와 루시의 관계가 진정한 사랑인지, 혹은 단지 안락한 삶을 위한 거래인지 묻게 합니다.
존슨과 에반스가 연기한 루시와 존은 첫눈에 서로를 잊지 못하는 과거 연인의 감정을 잘 그려냅니다. 두 사람은 사랑의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다시 과거를 반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송 감독은 루시의 고객들이 요구하는 키, 나이, 체력 등 불가능한 조건 리스트를 통해 코미디 요소를 뽑아냅니다. 존슨은 “당신은 인생의 사랑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합니다”라는 루시의 말을 믿게 만들 만큼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중 한 고객에게는 “당연히 완벽한 짝을 찾아드리죠, 저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니까요”라고 폭발하듯 내뱉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가볍게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어떤 고객과의 데이트가 폭력적으로 끝나는 장면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없는 반전으로,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후반부, 루시는 또 다른 결혼식에서 “그게 다입니다(That’s All)”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춥니다. “영원한 사랑만 줄 수 있어요”라는 가사는, 오늘날 물질적 세상에서 진정으로 지속되는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냉소적인 시작에서 벗어나 “머티리얼리스트”는 희망적인 결말로 향합니다.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로맨스를 제시하며, 관계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송 감독의 명성이 한층 견고해졌습니다.